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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북] 하나님 나라 _ 조은진, 예수는 12살오레북 2020. 5. 4. 06:49
- 예수는 12살
- 국내도서
- 저자 : 조은진
- 출판 : 새물결플러스 2020.04.30
_최현준 (오늘의 신학공부 팀원)
Imagine there's no Heaven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It's easy if you try
마음만 먹는 다면 쉬운 일이랍니다.
존 레논은 평화를 말하며 천국이 없는 곳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아프다. 천국을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여서다. 역사를 통해 비춰지는 기독교는 종종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기에, 기독교의 기독교스럽지 못함은 슬프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쉬울 것이라는 다음 가사를 들으며 생각해본다. 우리의 비루한 상상력이 문제였을까.
<예수는 12살>은 상상이다. 사실 성서에는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가의 생각에 오롯이 기대야 한다. 만화라는 형식은 이러한 요소를 더욱 부각시킨다. 작가의 상상력은 우리를 고대의 이스라엘 속 12살의 예수가 살던 마을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 마을 속의 예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오해나 받는, 그저 혼란스러운 어린아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예수님을 만화로 그리다니 신성 모독이야”,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예수님이 이럴 리가 없어!” 이상한 일이다. 사실 어느 누구도 예수의 진짜 어린 시절을 모르지만, 빈곤한 상상력은 ‘신성하고 조숙한 어린 예수’의 이미지 역시도 상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쉽게 망각해버린다. 현대의 바리새인들은 다른 상상들을 억압한다.
반드시 그 자신이 정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집단의 오만함은 올바르게 보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답답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예수의 모습 속에서 천국을 본다. 사실 예수도 그렇게 표현했다. 어린아이와 같은 자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으며 자신을 낮추는 것이 천국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상상은 자유로울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온전히 드러낸다. 참으로 인간적인 하나님의 아들을 상상할 때, 그가 부서져라 외쳤던 다가올 천국의 실마리가 풀린다.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종교답게 기독교는 끊임없이 천국을 상상한다. 계시록의 비유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금과 보석으로 뒤덮인 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저마다의 욕망을 전부 수용하는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를 곳을 만들기도 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최고의 서비스로도 생각한다. 사실 천국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솔직히, 비겁한 상상이다.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천국이라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인간의 지성은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상상해야 한다. 우상화된 규칙들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상상 속에 담겨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움켜쥐어야한다. 책 속의 예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참으로 많은 신성모독을 행한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사실은 인간모독이다. 어린 예수가 하나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은데, 그 모든 것들을 만든 우리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굳이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우리의 말라버린 상상력의 해갈이다. 마치 아들의 억지를 받아주는 아버지의 반칙. ‘땅의 자식’들이 천국에 살 수 있다는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이 땅에서 천국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예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 역시도 떠돌이와 과부와 고아가 즐거운 세상을 찾아나간다.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But I'm not the only one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제가 당신도 함께하길 바래요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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