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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레북] 우리도 누군가의 옛날 이야기가 된다 _ 로완 윌리엄스, 루미나리스
    오레북 2020. 5. 19. 06:17

     

    루미나리스
    국내도서
    저자 :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 홍종락역
    출판 : 복있는사람 2020.04.22
    상세보기

     

    _최현준 (오늘의 신학공부 팀원)

     

      우리는 확실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분명하고 딱 떨어지는 것들. 늘 정답이 궁금한 편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 한다. 영화를 보다가도 결말이 2시간이나 남았다는 것에 답답하여 궁금해서 장면들을 휙휙 넘겨버리는가 하면, 요즘에 들어서는 긴 텍스트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사족이 될 정도로 명쾌한 요약본들만을 찾아다닌다. 형태만 바뀌었지 그건 옛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기원전 수메르의 점토판에서도 발견되는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가 되었을까. 이 말이 특정 세대의 보편적 공감을 얻는 일이 지속되는 한, 인간이 저마다의 기준을 분명하게 세우는 존재임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기독교는 그 중에서도 그러한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 중 하나로 보인다. 곳곳에 확신에 찬 명제들로 가득한 종교이기 때문이다.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심리를 강하게 충족시킬 신적 권위를 가지기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역사를 관통하는 의제들에 대한 그 당시 기독교계의 메시지들은 항상 꽤나 확고한 편이었다.

     

     혹자는 이런 분명함이야말로 기독교적 메시지의 힘이라고 말한다. 단단하고 과감했던 선택들이 기독교를 강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가 강대해지는 것이 정말로 기독교 정신에 맞는 것인지의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그 순간의 선택들이 정말로 옳은 선택이었을까. 사람들이 정한 명제들에 온전히 의존하여 내린 결론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이 기독교적인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런 의문이 든다면, 로완 윌리엄스의 <루미나리스>에서 슬쩍 비춰주는 이야기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목차만 봤을 때는 그냥 신앙의 위인들에 대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내용은 무려 성경의 형식을 빌려 쓰고 있다. 성경에서 뽑아낸 명제들에 집중하다 우리가 잠깐 놓쳤을지도 모르는 예수님의 이야기 방식을 표현한다. 교리적 정합성을 따지기 전에 성경의 진행 자체에 집중하면 예수님이 얼마나 탁월한 이야기꾼인지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해석과 이론화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성경의 서사는 그 자체로 신학적이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예수님의 비유는 율법이나 합리적 논변으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를 담아낸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받아들일 때 사기죄의 성격에 대한 법률적 이해보다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화하듯,, 서사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신앙의 여러 선배들에게도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이론 이전에, 그들의 삶 속 이야기를 통해 깜깜한 어둠 속 등불을 찾는 것이다. 예수의 이야기를 알고 그렇게 살아내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찾고, 계속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비록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인생에는 짜장면과 짬뽕의 난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이 수두룩하지만, 성서 이야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쓰여지는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가치 있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만큼은 잊지 말자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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